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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상징 같은 작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2013년 첫 시즌이 공개됐을 당시, 저는 단순히 정치 드라마쯤으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단 한 회만에 느꼈죠. 이건 그저 드라마가 아니구나. 권력의 본질, 도덕적 딜레마, 현실 정치에 대한 통찰까지 담겨 있는 무서운 이야기였어요.
이번글은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프랭크 언더우드: 권력 중독자의 초상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의 대표적인 대사 “민주주의는 과대평가되었다.” 이 한 마디가 시리즈 전체의 핵심을 상징합니다.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4차원적 독백은 마치 우리가 그 음모의 일부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켜요. 저는 종종 프랭크가 자신 있게 계획을 말할 때 묘하게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요. *“내가 왜 이런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악역의 매력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인간 본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탁월한 연출이라고 느꼈어요.
시즌별 리뷰: 권력의 부상과 몰락
시즌1~2: 악인의 탄생
시즌1은 프랭크가 부통령 자리를 얻기 위해 동료들을 냉혹하게 배신하는 과정을 그리죠. 특히 시즌2에서 조이 반즈를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도 있었어요.
시즌3~5: 아내 클레어와의 동반 추락
시즌4부터는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집니다. 프랭크와 클레어의 권력 투쟁은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라, 현대 정치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특히 시즌5의 ‘가짜 뉴스 조작’ 에피소드는 2016년 미국 대선을 떠오르게 하며,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시즌6: 여성 리더십의 실험
프랭크가 사망하고 클레어가 단독 주연으로 등장한 시즌6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죠. 저 역시 초반엔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성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실험이었구나 싶었어요. 비록 플롯의 논리성이 부족하긴 했지만, 이 또한 하나의 실험적 시도라 볼 수 있겠죠.
케빈 스페이시의 그림자와 문화적 유산
2023년 성추문 재판과 이후의 행보는 드라마 자체에도 큰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하지만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캐릭터가 남긴 임팩트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2024년엔 실제로 스페이시가 케네디 주니어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적 논란을 또 한 번 일으키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를 배우로서만 본다면, 프랭크 언더우드를 연기한 그 연기력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정치 드라마 캐릭터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웨스트 윙〉과의 비교: 이상과 현실의 괴리
〈웨스트 윙〉이 정치의 이상을 그렸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정치의 현실, 아니 그 이면의 냉혹함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두 작품을 모두 좋아하지만, 뭔가 더 현실 같고 몰입감 있었던 건 역시 **〈하우스 오브 카드〉**였어요.
2025년 지금, 왜 다시 이 드라마를 꺼냈을까?
2025년 현재, 전 세계가 다시 선거와 권력의 시기를 맞고 있어요. AI와 가짜 뉴스, 정치인들의 이미지 전략 등 드라마 속 장면들이 현실에서 계속 반복되는 걸 보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정치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클레어 언더우드의 리더십에 대한 재조명도 흥미롭습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자면, 냉혈 하고도 강인한 여성 리더의 초상은 지금도 논쟁적인 주제죠. 저 역시 클레어를 완벽하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던진 메시지엔 분명 울림이 있었습니다.
마무리: 우리가 응원한 건 누구였을까?
〈하우스 오브 카드〉는 결국, 이런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누구를 응원했고, 왜 그랬을까?”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에게조차 우리는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 저는 꽤 오랫동안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흑백 구도로는 세상을 해석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권력은 언제나 그림자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배운 거죠.
2025년, 다시 이 작품을 꺼내 보며 느낍니다.
프랭크 언더우드는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