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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꺼내 본 영화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Memento, 2000)’. 예전에 한 번 봤을 땐 솔직히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번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나 감정이 더 깊게 다가오더라.
진짜 오랜만에 ‘머리 좀 써야 하는 영화’ 하나 본 느낌이었다.
이 영화, 시간의 흐름부터가 다르다
일단 메멘토는 구조부터가 일반 영화와 다르다. 보통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잖아? 근데 메멘토는 결과부터 보여주고, 그 원인을 거꾸로 추적해 나가는 식이야. 그래서 처음엔 좀 헷갈릴 수밖에 없어. 나도 처음엔 “어? 방금 이 장면 뭐였지?” 하면서 되돌려보기도 했거든.
영화는 흑백 장면은 시간 순서대로, 컬러 장면은 역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두 개의 흐름이 마지막에 만나면서 전체 퍼즐이 하나로 딱 맞춰지는 구조야. 마치 레고 조각들을 거꾸로 끼우다가 마지막에 완성품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놀란 감독, 진짜 대단하다 싶었지.
기억을 잃은 주인공 – 그리고 우리가 믿는 진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주인공 ‘레너드’가 있어. 그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어서 새로운 기억을 10분 이상 저장하지 못해. 그래서 그가 기억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기고, 폴라로이드 사진에 메모를 남기는 것이야.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한데, 더 흥미로운 건 그가 복수하고자 하는 대상이 정말 진짜 범인인지, 아니면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고 있는 건지 관객도 헷갈리게 만든다는 거야.
보다 보면 점점 "내가 보고 있는 이 정보들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주인공의 혼란이 그대로 나한테도 전해지는 느낌. 그래서 영화 끝나고 나면 괜히 나도 내 기억이 정말 믿을 만한가? 생각하게 되더라.
머리 좀 써야 하는 영화, 근데 진짜 재미있다
사실 메멘토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쉬운 영화야. 그래서 가볍게 보기엔 좀 무리가 있어. 처음 볼 땐 이해 안 되는 부분도 꽤 많았고, 영화 끝나고 나서 “내가 뭘 본 거지?” 싶을 정도였어.
근데 그게 또 재미야. 한 번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보고 싶어 져.
두 번째 볼 땐 아는 만큼 보이고, 세 번째 볼 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복선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그리고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레너드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무섭기도 해.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진실을 만들어간다는 게 나한테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개인적인 감상 – 그냥 영화가 아니라 체험 그 자체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주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야.
‘기억이 없다면 나는 누구일까?’
‘진실은 과연 객관적인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까?’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반전 장면이었어. 진짜 마지막 몇 분에서 모든 것이 뒤바뀌는데, 그 장면 하나 때문에 영화 전체가 다르게 보이더라.
그때 느꼈어. 아, 메멘토는 그냥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체험 같은 작품이라는 걸.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단순한 이야기보다 구조적이고 복잡한 영화가 좋은 분
- 반전과 퍼즐 맞추는 걸 좋아하시는 분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셨던 분 (인셉션, 던케르크, 인터스텔라 등)
- 기억, 정체성, 진실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흥미 있는 분
마무리 – 기억이란 게 얼마나 불완전한지
‘메멘토’를 다시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많았어.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정말 진실일까?
혹시 나도 나 스스로에게 거짓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진실이라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영화는 단순한 반전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믿음, 그리고 진실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야. 보면서 머리가 좀 아플 수는 있지만, 다 보고 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혹시 이 영화를 처음 본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흐름을 따라가 보길 추천해.
그리고 두 번째엔 좀 더 천천히, 디테일을 곱씹으며 봐보면… 아마도 ‘메멘토沼(늪)’에 빠질지도 모른다